금융의 제조업자 증권사
“설명도 필력도 어디 하나 좋은 부분 없지만, 고속버스 옆자리 아저씨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통 증권사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러 개의 모니터 앞에서 깔끔한 옷차림의 사람이 초단위로 움직이는 수많은 그래프들을 관찰하고, 명석하고 재빠른 두뇌회전으로 짠 화려한 투자 전략을 통해 주식을 사고팔아 수익을 내는 그림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 여러 모니터와 수많은 그래프를 관찰하는 건 맞지만 그걸 보고 주식을 사고 팔아 수익을 내는 게 아니다. 그들은 현대자동차가 차를 만들고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만들 듯, 금융 상품을 ‘조립’하는 중이다.
(* 주식을 사고 팔아 수익을 낸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건 조립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수익이지 투자 전략으로 사고 파는 게 아니므로 이는 차치하고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물론 증권사도 주식, 채권 같은 자산에 기발한 투자 전략으로 수익을 내는 ‘프랍 트레이딩’(자기계정거래) 팀이 있긴 하지만 최근 프랍은 증권사에선 점점 사라지는 추세이기에 주된 수익원이라고 할 순 없다.
(* 퀀텀 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와 같은 헤지펀드는 프랍 트레이딩이 주 수입원이다.)
그리고 투자 전략을 짜서 수익을 얻는 방법은 해당 수익을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불확실성이 크고, 시스템화 된 수익 구조라 기보단 트레이더 개인의 역량이 크게 작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증권사가 사업을 지속하는데 부담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
그래서 증권사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금융 지식을 활용해 금융 상품을 ‘싸게 조립’하여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수입을 얻는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증권사들을 먹여 살리는 1등 공신 금융 상품이 바로 ‘파생결합증권’(ELS)이다. 증권사는 이 파생결합증권을 싼 가격에 조립해서 만들고, 비싼 가격에 개인들에게 파는 형식으로 1. 판매 마진에서 수익을 얻고, 2. 조립하는 과정에서 수행하는 주식, 옵션, 선물 등 금융 자산 거래로 수익을 얻는다.
그럼 정확히 금융 상품을 싸게 조립하여 비싸게 판다는 게 어떤 걸까?
이해를 돕기 위해 아주 간단한 금융 상품을 하나 생각해보자. 이 금융 상품은 예금과 성격이 같아서, 100원을 주고 사면 1년 후 8원의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증권사는 위 금융 상품을 개인에게 100원을 받고 판다. 여기서 금융 상품을 판다는 것은 증권사에서 개인에게 ‘100원을 투자하면 1년후 8원의 이자를 주겠다’라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증권사 세일즈 혹은 판매 위탁을 받은 은행 창구 직원들은 개인에게 ‘비싸게 판다’
그럼 이제 ‘싸게 조립’하는 것만 남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증권사의 세일즈가 깔끔한 양복에 수려한 말솜씨로 판 금융상품은 이제 트레이더의 손으로 넘어간다. 증권사 트레이더는 판매된 상품을 똑같이 조립하기 위해 재료를 찾는다. 그리고 2개의 주식을 찾았다.
주식 A는 1년 뒤 10원이 오르거나 10원이 떨어지는 주식이다. 주식 B는 1년 뒤 19원이 오르거나 1원이 떨어지는 주식이다. 그리고 주식 A와 B는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고 해보자. 즉, 주식 A가 오르면 B는 내리고, A가 내리면 B는 오른다.
그리고 A주식과 B주식을 1개씩 사는데 드는 비용이 정확히 100원이라고 가정하면 증권사 트레이더는 100원을 들여 A, B주식을 1개씩 산다.
그렇게 트레이더는 A, B 주식을 통해 ‘100원을 투자하면 1년 후 이자 9원을 주는 금융 상품’을 조립한다.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증권사는 고객한테 받은 100원으로 1년후 (조립한 금융상품에서 주식 판매 대금) 109원을 얻고 (개인에게 원금 + 이자) 108원을 줘서 1원의 이익을 얻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증권사 트레이더는 금융 상품을 ‘조립’하며 이를 ‘복제’한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위처럼 금융 상품을 완벽하게 복제한다면 증권사는 금융상품을 팔기만 하면 부담해야 할 위험이 0인 수익을 지속해서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금융 상품 복제는 증권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따라서 복제를 잘하는 트레이더에게 수억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판매하는 금융 상품이 매우 복잡하고, 또 시장에 나와있는 재료들이 완벽하지 않으며, 이 외에 수많은 이유들로 금융 상품을 완벽히 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위 예시에선 복제를 위해 A, B 주식을 한 번만 거래하면 끝나지만 사실 대부분 복제를 위해선 금융 상품이 끝날 때까지 수시로 거래하며 지속적으로 조립, 조정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선 증권사가 금융 상품을 판매했을 때 그걸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시키는지 과정을 얘기하고 싶었을 뿐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룰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이쯤에서 이야기를 끝내고자 한다. 또한 위에서 설명한 것은 증권사가 하는 수많은 업무들 중 ‘매우 일부’ 영역일 뿐이므로 오해는 없길 바란다.
'주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주식 시장은 존재하는가? (0) | 2020.08.27 |
---|---|
[직장인 재테크] 나이에 맞는 연령별 재테크 노하우 (0) | 2020.08.27 |
[잡지식] 금융에서 얘기하는 '선물'은 무엇일까? (0) | 2020.08.27 |
[경제/엑셀] 3천토막난 코인 KICKICO와 변동성돌파 전략 (0) | 2020.08.27 |
[재테크] 실시간 검색어와 불친절한 주식쟁이 이야기 (0) | 2020.08.27 |
[경제] 내가 읽은 책, 선물한 책, 나에게 다시 돌아온 책 (0) | 2020.08.27 |
어떻게 하면 자수성가로 부자가 될수 있는가? -5 (0) | 2020.08.27 |
어떻게 하면 자수성가로 부자가 될수 있는가? -4 (0) | 2020.08.27 |